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란 남자가 여자 옷을 취미로 즐거 입거나 여자가 남자 옷을 취미로 즐겨 입는 것을 말합니다. 매일 같이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이 아니고 가끔 한번씩 취미 쪼로 입기 때문에 또 섹스 흥분이나 자위행위를 하기는 하지만 목적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변태성욕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섹스 욕구를 만족 시키기 위해서 보다도 이성의 옷을 입는 것에서 스트레스 해소, 이성 옷에 대한 호기심의 만족을 더 큰 목적으로 입는 것이기 때문에 남장, 여장 페티시즘과는 다르게 분류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성(性)별에 만족하고 이성과 섹스 행위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성 옷을  한번씩 착용하면서 섹스 흥분과 자위행위를 가끔씩은 하지만 이성의 옷을 입었을 때 자신감이 증대되고 섹스 욕구가 폭발하고 힘찬 발기를 느끼고 행복해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아 안에서 또 다른 자아 즉 여성적인 자아의 표현으로 봅니다. 이성의 복장을 하는 것이 취미이고 스트레스 해소이자 오르가즘을 느낍니다. 크로스 드레서는 주로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크로스 드레스를 밀착 취재한 일간 신문의 기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30일 밤 11시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G카페. 한껏 멋을 낸 손님 10여명이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짧은 흰색 치마에 회색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20대 중반, 긴 생머리에 단아한 재킷과 치마를 입고 핸드백을 어깨에 멘 4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반짝이가 들어간 아이섀도를 칠하거나 붉은 색이 도는 립스틱을 바르는 등 대부분 화장이 짙고 화려했다. 술잔이 몇 차례 돌고 분위기가 흥겨워지자 이들은 카페에 있는 노래방 기기로 자리를 옮겼다. 가수 왁스의 노래 ‘오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카페 안에는 느닷없이 굵직한 중저음이 울려퍼졌다. 짙은 화장에 여자 옷을 입은 이들은 모두 남자들이었다.

◆화장이 잘 될 때 기쁜 남자들

여자 옷을 입는 남자들이 있다.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이하 CD)’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여자로 인식하는 게이와는 달리, 취미로 여자 옷을 입는 남자들이다.

이날 밤 12시쯤 이 카페에 들어선 20대 중반의 한 남자는 정장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전형적인 회사원처럼 보였다. 그는 카페 매니저인 한모(38)씨에게 다가가 “저 오늘 ‘업(up)’ 합니다”고 속삭이고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업(up)’이란 ‘dress-up’의 줄임말로 이들 사이에서 ‘여자 옷을 입는다’는 뜻의 은어다. 탈의실에는 미니스커트부터 반짝이가 달린 원피스까지 여자 옷만 100여 벌이 넘었다. 탈의실 옆 분장실에는 여자 가발과 화장품도 갖춰져 있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G카페 분장실에서 빨간 상의와 검정 스커트로 멋을 낸 정모(30)씨가 분첩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신분 노출을 꺼려 얼굴을 돌리고 앉았지만, 치마 밑으로 드러난 근육질의 다리가 정씨는 남자임을 말해준다. /변희원 기자


카페 매니저 한씨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남자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직업도 학생과 직장인, 사업가 등 다양하다. 신모(25·대학생)씨는 “거울을 보다가 ‘화장하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장을 시작했다”며 “화장이 잘 될 때, 옆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 때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서울에는 G카페처럼 CD들이 모이는 전문 카페만 4개 가량 있다. 국내 CD들은 혼자서 은밀하게 여장을 해왔으나, 1999~2000년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전문 카페에서 만나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오프라인에서는 은밀하게 만나지만, 온라인 활동은 활발하다. CD들의 인터넷 카페인 ‘러쉬’는 회원수가 2만명이 넘는다. 다음 사이트의 한 CD카페에도 4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혼자서 은밀히 여장을 즐기는 사람까지 감안하면 국내에는 약 2만~3만명 가량의 CD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긴장 해소 위해 여장

CD는 우리에게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 역 근처에서는 일요일 낮 화려한 차림의 CD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한 30대 남성이 자신이 CD임을 밝히고 여자 속옷을 입은 채 유명 TV쇼인 ‘제리 스프링어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CIA는 1993년 CD에 대한 보고서까지 냈다. CIA는 “CD는 대부분 이성애자(異性愛者)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여자 옷을 즐겨 입는다”며 “사회적 지위나 학력이 높은 사람이 많고 부부생활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CD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째 CD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모(40·자영업)씨는 “어릴 때부터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감과 억압이 견디기 힘들었다”며 “여자 옷을 입을 때만큼은 그런 억압에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 셋을 둔 직장인인 제모(37)씨는 “2년 전 소주 3병을 마시고서야 이곳에 올 용기를 냈다”며 “그 전까지 내 정신이 이상한 줄 알았는데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 구분이 너무 분명한 것에 심리적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장을 통해 그런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유니섹스(unisex·의상이나 머리 모양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없는 것)가 유행했다”며 “CD를 정신병자 취급하지 말고 남자가 색다른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로스드레서의 역사

남자가 여장을 한 것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에는 주로 남자 성직자가 여장을 한 경우가 많았다. 남성성(性)과 여성성(性)을 모두 갖춘 사람이 ‘완전한 인격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전경수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고대 북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Navajo)족을 비롯해 여러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은 여장 남자를 무당으로 숭배했다.

개인적 취향이나 일탈을 위해 여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중세 때부터다. 당시에는 여자가 무대에 설 수가 없어서, 극 역할 때문에 여장을 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한국의 남사당패, 중국의 경극 등에서 그랬다. 스스로 CD임을 밝히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세계 최대 UCC사이트인 ‘유튜브’에는 CD 관련 동영상이 1만4000여 건 올라와 있다. 자신의 여장 모습이나 여장을 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는 CD 전용 옷과 액세서리, 화장도구를 파는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조선일보, 2007, 11.5).


다음은 한 일간 신문에서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들에 대한 밀착 취재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0월 2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카페. ‘오늘은 애니타 정모입니다^^’ 라는 문구가 걸린 문을 열어젖히자 흰색 투피스 차림의 40대 여자가 쪼르르 달려와 맞는다. 잦은 염색 때문인지 옅게 탈색된 머리와 두 볼에 바른 진홍빛 블러셔가 대비를 이뤘다.
자주색 립스틱을 바른 두 입술이 “어서 오…?”에서 멈췄다.“여기, 뭐하는 곳인지는 알고 온 거예요?” 굵직한 저음이었다. 바에 앉아있던 4~5명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하나같이 이마에 갈색 깻잎머리를 드리운 채 민소매 티셔츠와 팔랑거리는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신분을 밝힌 후 20평이 될까한 홀의 맨 구석자리에 앉아 맥주 3병을 시켰다.


“사미 언니~ 오랜만이야. 저번에 한복 입은 거 좋더만 오늘은 투피스로 쫙 뺐네.”


허리까지 치렁치렁한 생머리를 휘날리며 한 여자가 들어서자 ‘사미 언니’라 불린 40대 여자가 피고 있던 담배를 끄고 달려간다. “어머~ 박 마담! 왔어? 오늘 매상 좀 올려줘.” 2명…5명…, 사람들은 꾸역꾸역 이 좁은 공간에 몰려들고 있었다. 이 날은 ‘애니타 정모(정기모임)’라고 했다.


▶ 전국서 유일한 ‘총집합’ 장소
어느덧 8개의 테이블이 20~30명 몰려든 손님들로 꽉 찼다. 홀 왼편에는 회색 교복을 입은 여자가 아까부터 손거울을 든 채 불룩한 가슴 부분을 연방 추켜올리고 있다. 170㎝가 넘는 키의 늘씬한 20대 미녀는 핫팬츠를 입고 홀 중앙의 노래방 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긴 웨이브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디지털 카메라 앞에 ‘얼짱각도’로 앉아있는 3명의 여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 카페 사장인 사미씨는 여장을 한 지 3년째 되는 평범한 가장이다.



“도대체 뭐가 궁금한 거예요? 나도 장사해야 하니까 한 20~30분만 있다가 나가요.”
사미 언니라고 불린 사장이 털썩 앞자리에 앉았다. 두 귓불에 달린 링 귀고리가 달랑거렸다.
“저…, 여기가 여장남자들이 모이는 카페라고 들었거든요. 취재를 해보고 싶은데요.”
“누구한테 들었어요? 신촌 ○○라는 데서 듣고 온 거죠?”
여자, 아니 여장을 한 남자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이곳은 여장남자들을 위해 생긴 카페, 이곳에 모여든 여자는 사실 여장(女裝)을 한 남자 소위 ‘크로스 드레서’(Cross Dresser·줄여서 ‘시디’라고 하며 이성의 복장을 입는 것을 취미삼아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카페는 영등포역 부근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카페가 예상외로 찻길에 있네요.”
“여장을 하는 게 뭐 그리 큰 죄라고 꾀죄죄한 구석에 박혀 있겠어? 들어와 볼 사람은 다 들어와 보라고 대놓고 버스 정류장 주변에 자리 잡았어요.”
그러나 이 카페를 찾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장남자는 ‘변태’내지 ‘게이’쯤으로 통하는 현실에서 여장남자들은 늘 지하에서 움직였다. 여장을 벗어던진 그들은 김 부장·이 대리부터 형·오빠 심지어 누군가의 아버지일 수도 있기에 ‘신분 노출=사회적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는 건국대 입구의 한 여장카페와 이태원의 트랜스 바(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술집), 그리고 인터넷 카페들을 돌고 돌아 찾아낸 곳이 바로 이곳, 올해 1월에 문을 연 여장남자 카페 ‘고백’이다. 지금은 건국대 입구의 여장카페가 경영난으로 문닫을 위기에 처해 있어 여장남자들의 총집합 장소는 전국에서 이곳뿐이다.
사장인 ‘사미 언니’(45)가 빈 잔에 맥주를 가득 채웠다. 은백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가락에는 옥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홀 한 쪽 구석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남자와 폴로티를 입은 20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흰색 커튼으로 가려진 ‘분장실’ 앞에 앉아있었다. 3~4평 남짓 되는 분장실과 의상실에는 이브닝 드레스·한복·여고 교복 등 다양한 여성옷 150벌과 가발 30개, 그리고 색조화장 도구가 완비돼 있었다. 바닥에는 붙이는 속눈썹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단골들은 자기 옷과 화장도구를 사물함에 넣어 보관한다고 했다.
“저 남자들은 왜 온 거예요?”
“왔긴 왔는데 용기를 못 내는 거지. 10년을 꾹 참다 오는 사람들도 일단 여기 오면 옷 고르는 척 하다 그냥 가기 일쑤야. 나이 든 사람들은 시디란 개념도 잘 모르고 잔뜩 죄진 사람 표정으로 들어와.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사미 언니’는 맥주 한 잔을 들이켠 후 사과 한 쪽을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그는 여장을 한 지 3년째라고 했다. 결혼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고3짜리 딸의 아버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운명이라니깐. 1980년대 중반에 휴대폰이 있나 삐삐가 있나, 이태원에서 친구 기다리다 바람맞고 그 앞에 있는 클럽엘 들어갔는데 하필 그게 트랜스 바였던 거야. 와~ 정말 늘씬하고 예쁘더라고. 너무 보기가 좋기에 그때부터 트랜스 바를 들락거렸어.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난 결국 트랜스젠더들과 즐기길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여자처럼 보이는 게 좋았던 거야.” 그 후 ‘사미 언니’의 본격적인 여장이 시작됐다. 화려하고 당당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끊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의 여장은 너무 위험해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1월 카페를 열었다.
“가족들은 아세요?”
“미쳤어? 절대비밀이야.”
“왜요? 가족들이 아저씨…, 아니 사미 언니가 뭘하는지 안 캐물어요?”
“그냥 밥집 한다고 이리저리 둘러대. 내가 고백하면 가족들이 머리로는 이해하겠지. 그렇지만 가슴에 응어리는 남을 걸? 아~ 그래도 우리 딸내미한테는 언젠가는 꼭 말하고 싶어. 나쁜 짓 하는 게 아니잖아. 그냥 내 취향이고 취미인데….”


▶ ‘다음’에만 시디 카페 30여개 활동 중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노래방 기기 옆 무대에 한 40대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여러분~ 정모를 시작합니다!”를 외쳤다.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회원들이 4개의 테이블을 길게 붙여 만든 자리를 촘촘하게 채워 앉기 시작했다.


“아, 오늘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서 기쁩니다. 다들 풀업(full-up·여성옷을 입고 화장까지 마친 것을 의미)하고 밖에도 나갔다 오셨죠? 우리 모임의 발전을 위하여엇~!” 회원들이 맥주잔을 들고 ‘쨍~’ 건배를 했다. 사회자가 ‘사미 언니’의 축하말을 재촉했다.
“어머, 나 부른다. 내 얘기 다 들었으니까 이제 가봐요.”
흰색 스타킹에 5㎝ 높이 하이힐을 신은 그는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미 언니’를 보낸 후 주위를 둘러보자 흰 셔츠에 검은색 치마정장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동그란 턱선을 가진 30대였다. 맥주 한 잔을 권하고 합석했다.
“여장한 지는 한 17년 됐습니더. 제가 여장 경력으로 치면 마,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걸예?”
마스카라 짙게 칠한 두 눈을 내리깐 채 그의 입에선 ‘경상도 사투리’가 마구 튀어나왔다. “우리나라에 크로스 드레서들 한 만 명 정도 있을까? 사람들이 집에서 개인적으로 여장을 하다 인터넷이 나오니까 카페도 만들고 오프라인 모임도 갖게 된 깁니더.”
그의 말처럼,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30여개의 시디카페가 활동 중이다. 인기있는 사이트엔 3000~4000명의 회원들이 모여든다. 서로 여장을 한 자신의 사진·동영상을 올려놓고 여장 컬렉션(속옷·스타킹·구두·가발·화장품 등)을 사고 판다. 초보자들이 여장을 하고 싶은 자신을 자책하는 글을 올리면 “여장은 취미일 뿐이다” “예쁘게 변신한 모습을 기대하겠다”는 등 위로글이 5~6개가 따라붙는다. ‘여장남자를 이해하는 여자들의 모임’이란 카페에서 여성회원들은 직접 화장법과 옷 입는 법을 코치해주기도 한다.


▶ “한번쯤 여자가 돼 볼 수도 있는 거잖아”
여장 경력 17년 김성호(가명·30)씨는 여자들의 조언이 필요없는 경지에 올랐다.
“저기 저 사람은 가슴에 휴지를 넣은 갑네. 모양이 저렇게 잡히면 안되는긴데…. 초보자들은 맨 처음엔 휴지랑 솜을 넣거든예. 물을 넣은 풍선도 종종 사용하고. 고수의 경지는 바로 실리콘을 브래지어에 넣는 겁니더. 우찌하면 진짜 가슴처럼 보이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는 거라예. 우리들이 제일 두려운 게 뭔지 아입니꺼? 바로 여자들의 눈. 금방 알아채뿌리거든예.”
그는 핫팬츠를 입은 한 남자를 가리키며 ‘초보’라고 말했다. “고수들은 긴 치마나 바지 정장을 입거든예? 왜냐면 남자는 아무리 선이 가늘어도 다리에서 들통납니더.” 그의 화장술은 보통 여자들보다 정교했다. 밤인데도 화장이 뜨거나 뭉치지 않고 파우더 입자가 얼굴 전체에 고루 퍼져 있었다.
“화장이 잘 먹는 피부인가봐요.”
“피부는 제가 여자보다 좋다 아잉교. 그래도 요즘은 나이를 먹는지 화장이 잘 안받아예. 기초화장품을 좀 좋은 걸 써야 할 긴데….”
여장계의 고수인 그에게 ‘남자들이 여장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100% 환경 때문입니더. 어릴 때부터 누나가 여장을 시켜주거나 부모님이 여동생만 귀여워해도 여장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거라예. 우리 누나도 어릴 때부터 제 머리를 땋아 주고, 여자애 옷을 입혔어요. 자꾸 그러니까 저도 여장하는 게 익숙해지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직접 여장을 하고 밖에 나가기도 했습니더. 그 때부터 시작해 17년 동안 모은 여자옷이 300벌 되나? 지금 낼 변태라고 생각하지예?”
“네? 아니에요.”
“거, 기자양반. 혹시 가방 안에 몰래카메라 같은 거 든 건 아이겠제? 우리는 게이도 변태도 아이라예. 대부분 가정 있고 직장 있는 남잔기라. 회사원·자영업자·공무원들이 제일 많아예.”
김씨에게 경상도 남자와 여장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시디들 중에 어디 출신이 가장 많은 줄 아요? 경상도요, 경상도. 와 그 경상도 남자들은 무조건 무뚝뚝하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그기 얼마나 부담되는데…. 여장을 하면 그런 스트레스가 확 사라진다 아입니꺼.”
옆에서 손톱을 다듬던 호피무늬 원피스 차림의 손석훈(가명·34)씨도 거든다. 그는 자신을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둔 회사원이라고 소개했다. “한번쯤은 여자가 돼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거 피곤할 때 많아요. 밥 벌어 먹이는 것도 피곤한데 아내는 기대려고만 하고, 답답해도 남자니까 참아야 하고…. 그럴 때는 내가 여자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평소엔 거울 안보거든요? 칙칙하니까. 그런데 분장실만 들어갔다 나오면 정말 신나요. 또 다른 내 모습을 보게 되니까. 예쁘고 자신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니까.”
그런 손씨에게도 여장에 따른 고민은 있다. 자신이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이성애자인 자신을 동성애자로 여기는 남자들이 자꾸 채팅을 걸어온다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 소식란에 ‘밤을 같이 보낼 분 구합니다’라는 ‘시디러버’들의 글이 올라오면 불쾌한 마음에 ‘삭제’ 버튼을 누르다가도 자신이 혹시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20대 여성용 ‘흐느적 춤’ 추며 노래
밤 1시가 넘어가자 그들과의 대화는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정모’ 분위기가 무르익어 여장남자 3명이 스테이지를 점령해 큰 소리로
베이비 복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모두 20대 남자들. 치렁치렁한 긴 생머리에 짧은 치마와 어깨가 드러난 쫄티가 도발적이다. 춤마저 또래 여자들이 나이트에서 출 법한 흐느적거리는 섹시댄스가 주류를 이룬다. 곧 이어 30~40대의 마당. 흰 정장치마를 점잖게 차려입은 40대 남자가 나가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부여잡고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른다. 맥주 3병 값을 치르고 문을 나서려 하자 김성호씨가 두 손을 곱게 포개 인사를 한다.
“이기 남자가 돈을 내야하는 긴데 참…. 조심해 가세예. 밤길이니까 조심해서~ 네?”(김남인 기자, 조선일보, 2004, 10, 30)





 


- 크로스 드레서란?-

- 취미로 여성 옷 입을 뿐 성·사회생활 잘 꾸려가는 정상 남자
크로스 드레서란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더 완벽하게 여장 혹은 남장(男裝)하기 위해 화장술을 개발한다든지, 더 멋진 옷을 만들어 입는다든지, 심지어 더 완벽하게 이성의 복장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성전환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취미’이며 트랜스젠더처럼 ‘나는 원래 여자(남자)인데 육체가 이와 반대로 태어났다’라는 것과는 다르다.
크로스 드레서와 비슷한 말로 ‘트랜스베스타잇(transvestite)’이 있는데 크로스 드레서는 이성의 복장을 입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목표이지만, 트랜스베스타잇의 경우는 성적만족감의 성취를 목표로 두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개념이다.
미국 CIA에서 1993년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성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데 그 중 이성복장 선호자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성복장 선호자는 거의 대부분 남성이며, 이성애자이고, 여성의 옷을 입고 싶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을 뿐으로,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이성복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기혼자도 많으며 부인이 이해해준다면 부부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와 크로스 드레서가 서로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여성의 옷을 입고싶은 충동을 느낄 때 그것이 ‘자기 안의 또 다른 여성적 자아’의 표현인지, ‘자신이 정말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것은 사회가 이런 모든 개념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구별하기 더욱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트랜스젠더 사이트나 모임에서 크로스 드레서까지 끌어안고 있다.
(출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성적소수자 사전’ )


 

(김남인기자, 조선일보, 2004, 10, 30)